나는 어쩌면, 분명히, 너를 오해했다.

알면서도 알 수 없는 이. 드러나면서도 비밀을 가진 이.

모순투성이지만 또한 아무것도 아니다. 너 자신은 있으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.

나에게 당연한, 더 있어야 할 한 발짝이 너에게는 없다.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.

너는 '너'이기에, '너' 자신에 속하니까.

너에게는 그것이 당연하다.

그저 내가 인간성의 극단에 치우쳐져 있기에, 너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.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지 못했으므로.

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성, 완벽한 중용.

스스로가 당연하기 때문에 설명할 필요도 없다. 다른 것들은 그 명백한 사실을 해칠 수 없기에 아무 느낌도 없다.

너를 알고자 끊임없이 달렸다고 생각했지만, 실상은 그저 둥그런 성벽을 끝도 없이 돌고 있었을 뿐이다. 스스로 확신을 가지느니 그 자리에 멈춰서 눈 앞의 표면을 훑어만 보는 게 차라리 너를 파악하기에 용이했을 테다.

나는 그러지 못했다.

자신이 평가 받는 것이 당연해서 남을 평가한다. 멋대로 '인간'의 범주를 규정하고 타인을 분류한다.